나는 스페인여행과 자전거타기, 즐길 수 있는 악기 하나라는 세가지 초콜렛을 낡은 서랍장 안에 숨겨놓고 있다.
살다가 사는게 너무 따분하거나 팍팍할 때 내게 위안을 줄 것들,
가장 맛있는 초콜렛을 남겨두듯이 언제나 동경해 마지 않지만
희망이 필요한 날 실행하기 위해 아끼고 있는 것들이다. .
'언제든 서랍을 열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 행복해진다.
사실 처음부터 내 서랍장 안에 이 세가지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휘파람과 자전거타기, 즐길 수 있는 악기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던 그 곳에 휘파람 대신 스페인여행이 들어가게 된 것은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알모도바르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에 쓰이는 색감을 가슴에 품은채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에스파뇰의 독특한 억양과 발음을 흉내내고..
미간까지 아릿거릴 정도로 좋은 영화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나는 스페인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불과 몇 달 전에는 아예 '스페인여행'을 내 서랍장 안에 넣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영화는 영화일 뿐 스페인이라는 나라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어쩌면 나는 상상속의 스페인을 만들고 아끼고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도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스페인어 책을 사들고 집에 돌아오거나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배운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그곳 음식 레시피를 찾아 만들고 있자면....
휘파람은 살면서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내 가슴에 이만한 여유를 고이고이 남겨 둘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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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 속 여유, 스페인식 감자오믈렛
Tortilla de patatas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
재료 감자 1개(170g), 양파 1/4개(40g), 다진마늘 1작은술, 소금, 후춧가루, 올리브유, 달걀물
달걀물 : 달걀 3개, 소금 1/5작은술, 파마산치즈가루 1작은술, 후춧가루 (+청주 1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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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비법이 집집마다 다르듯이 스페인에서도 집집마다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늘 제가 만든 오믈렛은 스페인식 오믈렛의 오리지널 레시피와는 조금 다른 방법입니다.
제 입맛에 변형해서 만든 것이거든요...^^ 참고가 되시라고 아래에 적어봤습니다.
1. 감자 자르는 모양과 익히는 법~
감자 모양은 익히기 좋게 자르시면 됩니다. 스페인 가정에서도 얇게 썰어서 만들기도 하고
작은 조각으로 뚬벙뚬벙 썰기도 하고.. 저처럼 나박썰기 하는 경우도 보이구요^^
다만 스페인식은 기름을 많이 붓고 튀기듯 익히는데...
몇 번 해봤더니 차라리 기름을 넉넉히 넣고 볶는것이 입맛에 맞아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2. 마늘~
스페인식은 통마늘을 기름에 넣었다가 향을 내고 건져내거나
조각으로 자른 마늘을 넣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다진마늘을 넣는 쪽이 더 진하고 제 입맛에 맞아서 다진마늘을 넣었습니다.
3. 달걀물에 청주~
오리지널은 달걀물에 청주를 넣지 않아요. 제가 달걀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넣은 것이랍니다.
달걀 요리엔 청주를 넣으면 비릿내가 잡혀서 저는 대부분의 달걀요리에 청주를 사용하고 있어요.^^
4. 이 밖에 재료들~
후춧가루나 파마산치즈같은 재료는 잘 어울리는 재료들이라 넣어본 것입니다.
스페인 가정에서도 호박을 썰어 넣는 경우, 치즈나 통후추를 갈아 넣는 경우도 있네요.
이 부분은 너무 과하지 않게 취향껏 넣으시면 되겠어요~
5. 높이~
높이감이 좀 있어야 맛있는데... 이번에 만든 오믈렛은 높이가 낮게 나왔어요~
감자가 하나밖에 없어서 양을 줄이다 보니..^^;;
오믈렛을 되도록 두툼하게 구워내는게 좋아요^^
제가 사용한 팬은 18cm 작은 팬입니다. 참고하세요~
제시된 달걀물 재료를 섞어 달걀물을 만든다. 양파는 잘게 다지고 감자는 익기 좋게 나박썬다.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다진마늘과 양파를 넣어 양파가 투명해지도록 볶다가
감자를 넣고 완전히 다 익힌다는 기분으로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가며 볶는다.
볶아진 채소를 달걀물에 넣고 팬은 깨끗이 닦아낸다.
팬에 새 기름을 두르고 만들어 놓은 달걀물믹스를 붓는다.
이 때 아랫면이 굳기 시작할 때까지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줘가며 부드러움을 더한다.
(자신 없으심 안하셔도 되어요~)
왼쪽 사진정도로 익으면 한 번에 뒤집어 예쁜 갈색이 나도록 구우면 된다.
(커다란 접시를 사용해서 뒤집는게 좋아요~)
취향에 따라 파슬리가루와 파마산치즈가루 듬뿍 뿌려내면 완성..^^
은근한 마늘향에 콕콕 박힌 감자가 포슬포슬 담백하고 달걀도 부드러워서 든든한 간식으로 최고...
토마토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와 함께라면 브런치로도 손색이 없다.
오늘도 흔하디 흔한 감자와 달걀로 스페인을 꿈꿀 수 있었다.
서랍속에 아끼는 초콜렛을 세개나 갖고 있고,
언제든 그 서랍속을 열어보며 기뻐 할 수 있는 나는 정말이지 복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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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제 진심어린 글과 사진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상업적,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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